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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미국 드라마 Orange Is the New Black을 보면 주인공 파이퍼가 자신의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변명하는 장면이 있다.

"Many cultures value their dignity over the truth. In Korea, they call it kibun.(여러 문화권에서 진실보다 사람들의 품위를 우선시해요. 한국에서는 그걸 기분이라고 불러요.)"




그럼 한국에서 우리는 실제로 "기분"을 어떻게 말할까?

이전 스몰톡 글에서 다루었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일상적으로 묻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해서 얘기할 사람이 필요할 때 아무도 먼저 물어봐 주지 않는다면 한국어의 맥락에서는

1. 참는다
2. 주변에 들어줄 만한 사람이 있을 때 "기분이 나쁜 티를 낸다". 상대방이 눈치를 채고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기를 유도하는 것. 습관적이거나 발화 대상이 없는(그러나 청중은 있는 일종의 방백인) "짜증나", "우울해" 역시 이에 속한다.
3. 친한 사람에게 연락해 하소연한다

정도의 옵션이 있다고 생각한다.

2번에서 발생하는 수동공격성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감정적으로 동요했다" 즉, "I'm upset"을 한국어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러운 범위 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이 의미는 글의 뒤에서 상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나는(자주 생략)      기분이   *   나빠
                                      *   안 좋아 
                                      *   별로야
                                      *   최악이야
                                      *   상했어
                                      *   구려
                                      *   꿀꿀해
                                     
이외에도 몇 개를 더 생각해낼 수 있지만 부정적인 나의 기분을 묘사하는 형용사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나쁜 정도만을 상대방에게 대강 어림짐작하게 할 뿐이고 주체의 구체적인 감정의 드러남이 억제되거나 혹은 아예 언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대조군으로 영어의 부정적 감정을 살펴보면

I              feel              *  offended (불쾌하다)
                                 *  hurt (상처를 받았다, 감정이 상했다)
                                 *  attacked (공격당한 느낌이다)
                                 *  lost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  threatened (위협받았다)
                                 *  insecure (불안하다, 열등감,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없는)
                                 *  frustrated (짜증이 날대로 났다, 할만큼 했다)
                                 *  annoyed (신경이 곤두섰다)
                                 *  disturbed (개인적인 영역이나 예민한 감정 등을 예상치                                       못한 때에 침해받은 느낌이다)
                                 *  numb (너무 지친 나머지 감정적으로 무덤덤하다)
                                 *  disrespected (무례한 일을 당한 느낌이다)

이외에도 일일이 꼽자면 아마 백 가지는 너끈히 넘어갈 것이며 그 의미도 한국어로 100% 번역하기 힘들다.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도 마찬가지이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다시 한국어 "나 기분 나빠" 상황으로 돌아가서 보자. 우리가 이 부정적 감정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은 

1. 사건을 다시 불러와서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책을 찾거나(그러므로 감정 문제의 해결을 건너뛰게 된다) 

2. 기분이 나쁘고 재수가 없으므로 술을 마시러 가든지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결론을 내린다(역시 내가 느낀 정확한 감정은 address되지 않는다)

취업 축하를 받으러 친구 모임에 나갔는데 예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친구가 나에게 "너의 학부 수준에 비하면 취업을 좋은 곳에 했다. 축하한다." 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전형적인 수동공격이다. 

한국어의 흐름은 "말을 기분나쁘게/재수없게/싸가지 없게 하네." 에서 "그러는 너는 얼마나 좋은 학교를 나와서" 혹은 "너는 외모 자산이 나보다 못하다/너의 전공은 나보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없다/너의 애인은 나보다 못생겼다" 등등으로 가기 쉽다. 나도 이 이유는 아직 모른다.

여기서 잠깐 멈춰서

"How am I feeling about this? Why is this making me upset?(나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왜 이것이 나를 이렇게 upset하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자.

그러면 "I feel verbally attacked(말로 공격받은 느낌이다)." 혹은 "I feel discouraged(사기가 꺾인 느낌이다)." 혹은 "I feel sad." 아니면 "I feel angry."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르게 된다. 

그러면 다시 "What made me feel this way?(무엇이 나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했는가?)"를 물어보면 된다.

예시로 답은 

Because he or she said something mean/unnecessary/hurtful intentionally. (그                                친구가 못되고/불필요하고/상처주는 말을 일부러 했기 때문에)

그러면 다시 물어보자. 

"Why would s/he want to hurt me?" (왜 나를 상처주고 싶어했을까?)

여기부터 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해결책이 나올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냥 재수 없고 기분 나빠, 어떻게 되갚아 주지? 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나에게는 거의 항상 그랬고, 그것이 나에게 많은 상처를 이해하고 잘 보내는 경험을 하게 도와주었다. 


그러니 기분이 나쁠 때, 혹은 좋아서 기억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순간에도 

"How am I feeling now?"를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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