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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은 질문으로 시작하려 한다.


"똑바로 선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자세로 서는 것일까?

누군가 내게 "똑바로 서봐"라고 한다면 내 사지는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머릿속에 사람이 "똑바로 선" 모습을 그려본 다음 아래 사진을 보도록 하자.











네 장 모두 구글에서 "standing straight(바로 서다)"의 검색어로 나온 사진들이다. 한국어로 똑바로 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상상한 자세가 맞는가? 


다시 아래의 다른 사진들을 보자.



한국어로 "차렷" 자세를 검색한 사진들이다.

첫번째 네 장의 사진과 아래 세 장의 사진에서 어떤 차이가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아래의 "차렷"이 더 "똑바로 선" 사진처럼 느껴진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그룹 간의 눈에 띄는 차이는 1. 팔의 위치와 2. 다리를 벌리고 선 간격인데 이는 사실 한국어 "똑바로"에 정확히 명시되지는 않는다. 영어로 직역한다면 "stand straight"겠지만 영어에서 이 지시는 척추를 곧게 펴고 선 자세를 유지하라는 데 그친다. 팔을 몸통 옆에 나란히 붙인다든가 발 사이 간격을 좁히라는 주문은 따로 해야 한다. 즉, 한국어로 "똑바로 서라"는 지시는 척추뿐 아니라 팔다리의 위치도 명시하는 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 "차렷" 자세를 주문하려면 영어로는 "Stand straight(등을 곧게 펴고 서서) with your arms at sides(팔은 몸통 옆에) and your feet together(발을 붙여라)."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냥 "바로 서시오"는 위 그룹의 사진들처럼 양 손을 허리에 짚고 있어도, 양 발이 서로의 바로 옆에 붙어있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동작 지시어 사례들에서 나는


1. 한국어의 "똑바로"를 비롯한, 동작을 수식하는 부사어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고 그 중 일부는 언중에 의해 합의되지 않았을 수 있다

2. 영어의 동작 지시는 일반적으로 매우 상세하고 한국어보다 긴 경향이 있다

3. 한국어의 동작 지시는 일반적으로 영어보다 짧고, 그러므로 효율적일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어를 배울 때 이런 차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똑바로"가 지시하기에 편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동작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모아 나름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길기는 하지만 비교적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영어가 이해하는 쪽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면 pull up / in / over / out / away 가 모두 각각 다른 동작을 의미하는 영어를 배우는 데 거부감이 덜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이런 동사+부사의 조합을 더 많이 알고 사용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부터 영화나 미드를 볼 때 동작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유심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에서 영어로 된 요가나 필라테스, 요리 비디오를 보는 것도 좋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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