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은 가상의 대화 두 개로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1.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고 가정하자.
- 북미 영어 사용자인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What do you want(무엇을 원하니)?"
- 한국어 사용자인 친구가 내게 묻는다. "뭐 받고 싶어?"
2. 구독하고 있던 주간지를 그만 보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해지를 신청했는데 해지되지 않았다.
- 영어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다.
"Is there a reason why you want to unsubscribe to it(해지하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를 생각해 본다. 더이상 보기 원하지 않는 게 이유이다.
"I just don't want it anymore(그냥 더 원하지 않아요)."
- 한국어로 전화를 한다.
"해지하고 싶으신 이유가 있으세요?"
이 잡지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게 된 이유가 여러 가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일일이 설명하기는 귀찮다.
"그냥 그만 보려고요."
want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와 want를 숨기는 언어와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상황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로 직역되는 영어 질문은 나의 want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What do I want?(내가 무엇을 원하지?)"
필요한 것(something I need), 남에게 받고 싶은 것(something I'd like to be given by others)처럼 나의 want와 약간 다르거나 순수한 want에서 한두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 아니라 want에서 멈추어 그것에 집중하게 된다.
필요한 물건은 원하는 물건과 다를 수 있다. 그 실례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겨울 장갑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백운각(선인장) 화분이다. 나는 나에게 겨울 장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재질의 어떻게 생긴 장갑을 어디서 구매하고 싶은지 전혀 모른다. 그저 필요하다는 것만 안다.
반면 나는 이미 수많은 다른 선인장 중에 이 품종의 선인장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모양에 어떤 크기이면 좋을지 어렴풋이 상상해 놓은 이미지도 있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것을 원한다. 좀 더 우화적으로 풀어가자면, 나와 선인장 화분이 단 둘이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선인장에게 "I want you in my office(나는 내 사무실에 네가 있길 원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무엇이 우선하거나 더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받는다" 혹은 "필요하다"와 "원하다"는 다르다. 한국어는 "-고 싶다(I'd like)"처럼 want를 자주 다른 말 속에 숨기거나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세요?"처럼 제한적인 상황에만 사용된다. 대답할 때도 "이것을 원해요.(I want it)" 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건(What I want is)..."으로 문장을 두 겹으로 만들어서 우회한다.
한국어의 want는 더 우아하고, 세련되고, 겸손하다.
영어의 want은 직접적이고, 질문하기를 좋아하고, 답변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평생 want를 간접적이고 겸허한 방식으로만 써 온 스스로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어떨까?
"What do I want?"
내가 기업형 학원에서 가르치길 그만두고 혼자 일하겠다고 결심하기 전에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했다.
"What do I want? More money? More time to spend alone? Maybe some coworkers so I can socialize with them? Job security?(내가 무엇을 원하지? 더 많은 돈? 더 많은 혼자 보낼 시간? 혹은 내가 어울릴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생길 수 있는 곳? 직업 안정성?)"
나의 대답은 "Control(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가르칠 수 있는 권한)." 이었다. 내 수업의 방식과 내용을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control.
그래서 그걸 달성할 방법을 생각해 보니 혼자 일하는 수밖에는 없었고, 지금의 나는 그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
선택의 문제 앞에 서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혹은 그냥 아무때나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What do I want?"
'치유하는 영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 한번 줘봐요." 를 영어로 말하려면? - 영어 시제와 한국어 어미의 공통점 (0) | 2018.02.02 |
---|---|
오지고, 지리고, 레릿고?: 영어 형용사로 감상 다시 적어보기 (0) | 2017.12.18 |
why not?: 길에서 주운 황구 데리고 뉴욕 간 이야기 (0) | 2017.11.17 |
어느 언어에나 있는 수퍼파워: 시제의 힘 (0) | 2017.11.10 |
kibun과 feelings 두번째: 한국어의 배신 (0) | 2017.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