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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내게 친절하고, 나를 칭찬해 주고, 나를 보면 반가워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은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생각하면 어쩐지 “쌔한” 느낌.

지난번에 했던 그 얘기 있잖아, 하고 말을 꺼내면 내가 언제 그랬어? 라고 되묻는 사람.

굳이 해도 되지 않을 말을 하고, 꼭 해야 할 말은 않는 사람. “그걸 모를 사람이 아닌데” 계속 모르는 사람.

혹은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 말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일을 계속 하는 사람. 분명 내게 우호적인, 애정어린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인데 돌아서 생각해 보면 항상 혼란스러운 감정을 남기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들과 그 감정들을 “알고보니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나 “사정이 있었겠지”로 넘기고 잊으려 애쓰며 오랜 세월을 보냈었다. 이것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영어 형용사로 이 독성들(toxic relationships)을 명명하는 방법은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며 이전에 쓴 “감정 표현하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파트이다. “문제가 없어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문제를 느낀다면”, 그걸 언어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리고 나서야 도움을 청하든 대화를 시도하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 인지하고 이름 붙이기


상황과 얽힌 인간관계가 아무리 복잡하고 나름의 설명이 있다 해도,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에 대해 다른 누군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내가 찜찜하면 찜찜한 거고, 내가 불쾌하면 불쾌한 거다. (No one can tell you how to feel.) 한국어로 미세하게 구분되지 않는 이 감정들을 형용사로 알아보자.


upset

첫번째 단계는 upset이다. 이 단계에서 나는 아직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짜증난(한국어의 짜증이 많은 다른 감정들을 뭉뚱그려 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용부호를 사용했다)" 상태가 아닐 수 있다. 당황일 수도 혼란러움일 수도 있는 이 감정은, 보통

1) 내가 특정 사건에 대해 잊어버리고 못하고 계속 생각하고 있거나(obsessed with)

2) 어떤 소식이나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 혹은 반응할 수 없거나

3) 근원을 추적하기 어려운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데 섞여 자꾸 생겨나거나

등으로 시작한다. 

한국어 사전에는 "화가 난(angry), 기분 나쁜, 당황한(다음 영한 사전)" 등으로 여러 가지 정의가 나와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어의 한 단어로는 upset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하기의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영어는 시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이용하면 이해가 빠르다. upset 의 구글 이미지 검색을 보자. 




표정의 묘사가 화가 나거나, 앙심을 품은 듯 보이거나,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골치가 아파 보이거나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다. 한국말에서의 "기분이 나쁜" 상태인가 싶으면 정확히 그렇게 부를 수도 없다. 한국어에서의 기분 나쁨은 "불쾌한(offensive)" 상태를 이를 때가 더 많다. upset은 그저, 내가 감정적으로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흔들린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내가 upset한 상태하는 것을 인지했으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감정을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큰 덩어리의 예시를 보자.



angry(화가 난): 분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내가 겪는 감정이 분노인지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나의 신체 반응을 살피는 것인데, 한국어에도 좋은 표현이 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머리 뚜껑이 열린다" 등 분노했을 때의 혈압 상승을 잘 반영한 어구들이다.


fear(공포):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무대를 겁내는 것같은 알기 쉽거나 많이 거론되는 공포 외에도 망설임(hesitation), 불안(anxiety) 등이 공포에 해당된다.


sad(슬픈): 상실이나 실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짜증이 나고 빡치는 것은" 현대 한국어 구어가 닦아온 길 때문에, 언어의 사회성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 있다. 좌절을 경험하고 나서 "아, 짜증나, 억울해, 화가 나"라고 말하는 언중의 사이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슬프다"는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감정의 무기력(numbness)나 우울(depression), 그리고 실망(disappointment)과 가까운 감정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짜증이 자꾸 나"라거나 "기분이 더러워." 혹은 "우울해."가 술이나 먹고 끝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두려움이 분노로 잘못 인지되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거나 분노가 그저 짜증 정도로 축소되어 나를 계속 갉아먹지 않도록 이름을 제대로 붙여주는 연습을 하기를 바란다.

upset에서 분류한 감정들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연습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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