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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말 그대로.

2015년 Persepectives in Psychological Science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사회적 외로움이 특히 65세 이하의 연령층에게 주요한 사망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는데, 유의미한 사회적인 교류가 있는 집단보다 그렇지 않은 집단의 사망률은 32퍼센트까지 높았다.

여기서의 유의미한 사회적 교류는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을 뜻할 수도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정기적으로, 혹은 상시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집단이 존재하느냐의 여부를 뜻한다.

그렇다면 의례적인 “How are you?”를 물어보는 것이 조금은 덜 외로워지는, 즉 내 주변의 공동체와 교류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영어로 질문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개는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여 금방 끝나고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나는 사람과 하는 대화이지만, 내가 혼자 뉴욕에 도착해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막막할 때는 슈퍼마켓에서 물어봐주는 “how are you”에 “good!”이라 대답만 해도 조금 힘이 났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자 확인이었기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많은 사람에게 듣는 how are you에 처음에는 그저 good이라는 대답만 했다. 그 다음엔 가끔 나도 다시 물어보았다. “I’m good. How are you?”

그 다음의 스몰톡은 동네 햄버거집 직원의 how are you에서 시작되었다. 영하 10도의 추위에 며칠째 혼자 뉴욕과 뉴저지의 후미진 곳까지 집을 보러 다니느라 막막하고 무섭고 지쳐서 얼굴이 말이 아니었는데,

“How are you doing? Is everthing ok?(어떻게 돼가? 괜찮은 거야?)”라며 내 표정을 보고 웃기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케첩으로 예쁜 나비를 그려주었었다.


그 때의 케첩 나비.

How are you는 당연한 “I’m doing great(나는 아주 잘 지내요)”의 대답을 원하는 수사적 질문일 수도 있지만, 또 진짜 질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어를 배우는 모두가 “어떻게 지내?”의 힘을 좀 더 믿고, 별 것 아닌 대화를 자주, 더 많이 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아가 스몰톡의 질문을 하고 싶을 때, 혹은 “안 친한” 영어권 친구와 “가벼운” 대화를 싶을 때 아래의 사항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1. 숫자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피할 것.

특히 나이, 연봉, 키 등의 사항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 연관이 없을 때는 더욱더 그렇다.

2. 사생활(중 특히 한국 부모님들이 명절에 물어볼만한) 질문을 하지 말 것.



3. 한국에서 만나 얘기하고 있다면“Where are you from(어디에서 왔느냐)”는 괜찮다. 그러나 “Are you from America(미국에서 왔니)” 등의 대륙 혹은 국가를 특정하는 질문을 섣불리 하지 말 것.

좀 더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싶다면 “Are you from here?(여기 출신이니?)”가 가장 안전한 질문이다. 거의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은 채 시작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4. 날씨에 관한 얘기는 언제나 안전하다.

“It’s nice today!(날씨가 좋네!)”
“It’s getting warmer!(점점 더워지네!)”
“It feels like winter already!(벌써 겨울같아!)”

등 날씨로는 항상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5. 직업을 물어본다

한국에서는 왠지 초면에 직업을 묻는 일이 실례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만 영어로는 아무 문제 없는 질문이다. “왜 물어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질문은

“What do you do/What’s your job?”

둘 중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모든 질문은 “대답에서 그 다음 대화로 확장할만한 키워드를 이끌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심문하는 것처럼 질문만 계속 해서는 좋은 스몰톡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화제는 무궁무진하다. 음식 얘기를 할 수도 있고(날씨 다음으로 안전한 주제이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집에서 키우는 개가 어떤 귀여운 습관을 가졌는지 얘기할 수도 있고, 상대의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칭찬한 다음 내 이름은 아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고 푸념할 수도 있고, 상대의 고향을 물어본 후 샌디에고에서 왔다고 하면 “어, 내 친구도 샌디에고에서 교환학생을 했는데 있는 동안 항상 날씨 자랑을 하더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거의 틀림없이 “샌디에고는 정말 날씨가 좋다”며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화제를 적시에 픽업하는 기술은 스몰톡을 많이 할수록 좋아진다. 영어로 된 문장을 많이 구사하고 그 맥락을 맞춰볼수록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약간씩 못 알아들어서 삐걱거려도 괜찮다. 실패한 농담 같은 것도 나중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과 영어를 많이 연습해야지”라는 자세로 질문을 퍼붓거나 내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내 영어를 무시하면 어쩌지”라고 미리 위축된 채로 할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good listener는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스몰톡을 끝낼 때는

“It was nice(fun) talking to you(얘기해서 즐거웠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아 보여도, 언제 대화를 끝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고 쩔쩔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게다가 예의바르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오다가다 만난 사이일 경우 “See you later(또 보자)”라고 해야 할지 “bye(안녕)”하고 돌아서야 할지 순간 망설이게 되어서 더 그렇다.

성격 차이일 수도 있으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자.

마무리는 어떻게 짓든, 모두 모르는 사람과 해롭지 않은 짧은 대화 많이 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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