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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길에서 떡볶이를 사먹던 젊은 남성 둘이 있었다.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년의 한 남성이 그들에게 다가가 "나도 하나 먹자"며 허락 없이 음식을 집어먹으려 했고, 이에 아예 떡볶이 한 접시를 주문해 주려고 하자 "내가 거지냐"며 별안간 폭력을 휘둘렀다는 얘기였다. 

자기 음식을 원하는 낯선 사람에게 떡볶이 한 접시를 사 주려고 했던 이들의 선의가 어이없는 방식으로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을 처음 전해 듣고 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왜 달라고 하는 것을 주었더니 화를 내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떡볶이를 한두점 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아예 한 접시 시켜주는 행위가 마치 부랑자 취급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했다는 데에서 나는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한마디를 마치 생생히 듣는 것 같았다. "너네 나 무시해?" 

누군가에게 무시당한다는 것은 대단한 수치와 분노와 슬픔을 불러오는 일이다. 피해자가 자기를 무시했다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살인이 일어나는 일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무시는 어디에나 있고, 이 덫에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누군가 나와 눈을 맞추지 않을 때, 나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말을 할 때, 나를 보고 웃을 때, 나를 보고 웃지 않을 때,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 때, 자매나 형제의 것보다 못한 선물을 받았을 때,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때로는 내 요구를 이해하고 떡볶이를 사주려고 했을 때조차. 

우리는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무시하고 무시당할까?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는 건 정말 어떤 걸까?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 때 싸늘해지는 가슴과 치미는 울분, 무안함, 수치스러움, 슬픔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렇게까지 강렬한 감정을 불러올 일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억울하고 섭섭한 상태인 것이 싫다. 누군가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게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아야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무시는 거절에서 왔다. 누군가 내게 no라고 말했을 때, 닫힌 문 앞에서 순순히 물러나지 못하고 "내가 어디서 어때서?"라고 내 자존심을 황급히 꺼내 들이미는 순간이 바로 무시의 순간이었다. "쟤가 지금 나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감정이, 그 둘이 뒤섞인 무언가가 머릿속을 쏜살같이 스쳐지나가는, 반드시 내 안의 목소리만은 아닌, 밖에서 나를 평가하는 눈을 두려워하는 마음. 

누군가의 언행이나 표정, 몸짓, 혹은 태도가 나를 존중받지 않았다고 느끼거나, 거절당한 느낌을 받게 만들거나, 무안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던 일들이 있었다. 그런 때에 나는 너의 이런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어.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할 수 있었더라면. 혹은 아니야, 네가 알 필요는 없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지금 처리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혹 일부러 그랬다고 해도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 게 내 문제는 아니야. 그건 네가 가진 나에 대한 태도의 문제고, 나는 이게 나를 괴롭히도록 두지 않을 거야, 라고 정리할 수 있었더라면 나만 괴롭고 세상은 평온했던 일들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무시당했다"는 감정에는 때로 상대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듣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사실 무시라는 건 감정이 아니다. 일부러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는 것은 무시이지만 나에게 no라고 말하거나 바빠서 관심을 줄 수 없었거나 혹은 무례하게 대하는 것, 심지어 내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모두 달리 처리할 일들이다. 무시당했어! 라고 부르짖고 상처받는 걸로는 해결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저 상처받은 일로 끝나지 않고 곤란에 처하게 되었다면 "너 나 무시해?"가 아니라 "당신은 나에게 그럴 수 없다."고 맞섰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너 나 무시해?"라는 마음 속 외침이 내게 떠넘기는 바깥의 관찰자를, a말 그대로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름을 붙일 만한 감정을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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