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면으로 만든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 인스턴트 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만 파는 쑥갓을 많이 넣은 우동, 호로록 마셔버릴 수 있는 가늘고 매끈한 면발의 멸치국수, 그리고 포크로 돌돌 감아 입 안에 넣을 때 코로 향이 훅 끼치는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까지. 8분간 잘 삶은 알덴테가 아니어도 된다. 아니 오히려 물을 넉넉하게 넣고 좀 불다시피 끊인 너구리 면발이 제일 좋다. 아무렇게나 요리했건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 그래도 라면 아닌, 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우선 레시피 비디오부터 검색한다. 어차피 결국 마트에서 금방 집어올 수 있는 재료만 들어가고 30분 이내에 조리 가능한 레시피를 고르겠지만 눈이 즐길 수 있는 성찬은 공짜니까. 그렇게 화려하고 이국적인, 보글보글 끓고 냄비 속으로 휙휙 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혹은 썸이라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가슴 철렁하는 순간을 알 것이다. 이유 없이 문자 간격이 벌어지고, 메시지를 읽고도 답신이 없거나 영혼 없는 "ㅎㅎㅎ"만 날아오는 일이 많아지고,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이 생긴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아니야, 요즘 회사가 바쁘다잖아? 마감이 코앞이라잖아?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많이 부었다잖아? 내 기분 탓일거야. 그러나 슬프게도 문자 간격은 더욱더 벌어져 기다리다 지친 내가 전화를 하는 지경이 되고, "ㅎㅎㅎ"조차 반갑고, 한 번 미루었던 약속에 대해 언제 다시 얘기를 꺼낼까 가슴 졸이며 기다려도 말이 없다. 그렇게 결국 연락이 끊긴다. 이런 식으로 이별을 겪는 건 여러 이유로 최악의 경험이다. 관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