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내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 중 한 명과 카카오톡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대화 끝에 그는 “피곤하고 사는 게 넌더리난다”고 말했다. 임금은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늙은 것은 무서우며 돈 없이 늙는 것은 더욱 무섭다고. 노년에 폐지를 줍는 삶을 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걱정이다. 일일이 말하기에도 벅찬 고민들이다. 나 역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하는 일마다 희망했던 대로 되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는 일도 자주 있다. 그래서 일단 “나도 지친 상태이다(I’m exhausted, too)”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친 것과 공포는 구분해야 하며, 머릿속에서 공포를 만들어 내지는 말..
수년 전에 개봉했던 "Inside Out"이라는 영화가 있다. 내게는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의 삶이, 그들의 관계가, 즉 인류가 소통하는 방식과 그 결과가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준 작품이었다.외부에서 1. 자극이 들어오면2. 그것을 감정으로 인지하고 3. 감정을 분류하고4.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무시할 것인지, 밖으로 보일 것인지, 감정을 유발한 사람과 대화할 것인지, 소리지를 것인지, 울 것인지...) 이 과정에서 감정을 "출력"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언어이다. 언어는 남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확인시키는 데도 쓰인다. 예를 들어 "외롭다(feeling alone)"는 감정을 느끼는 아이가 그 감정을..
외로움은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말 그대로. 2015년 Persepectives in Psychological Science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사회적 외로움이 특히 65세 이하의 연령층에게 주요한 사망 원인이 된다고 보고 있는데, 유의미한 사회적인 교류가 있는 집단보다 그렇지 않은 집단의 사망률은 32퍼센트까지 높았다. 여기서의 유의미한 사회적 교류는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을 뜻할 수도 있지만 넓은 의미로는 정기적으로, 혹은 상시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집단이 존재하느냐의 여부를 뜻한다. 그렇다면 의례적인 “How are you?”를 물어보는 것이 조금은 덜 외로워지는, 즉 내 주변의 공동체와 교류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영어로 질문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개는 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