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최근 듣고 본 몇 가지의 일화로 시작하려 한다.1. 트위터에서 리트윗되어 오는 낯 모를 이들의 일상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을 때가 자주 있는데, 얼마 전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바지락 반 근을 샀다가 점포의 주인에게 "그것밖에 안 사느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그러했다. 책정된 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너는 너무 적은 양을 샀으므로 내게 너무 적은 돈을 벌게 해 주었다"는 요지인 듯한(그렇지 않다면 발화 의도가 무엇인지 더욱 알 수 없는) 말을 작별인사 대신 했다는 이 사람의 연령대가 대략 짐작될 정도로 나도 종종 겪는 언사이다. 2. 어린이를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한 아동이 불쑥 자기에게 찾아와 결혼을 했냐고 질문하기에 "아니(안 했어..
유명한 미국 드라마 Orange Is the New Black을 보면 주인공 파이퍼가 자신의 선의의 거짓말에 대해 이렇게 변명하는 장면이 있다."Many cultures value their dignity over the truth. In Korea, they call it kibun.(여러 문화권에서 진실보다 사람들의 품위를 우선시해요. 한국에서는 그걸 기분이라고 불러요.)" 그럼 한국에서 우리는 실제로 "기분"을 어떻게 말할까? 이전 스몰톡 글에서 다루었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일상적으로 묻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우울해서 얘기할 사람이 필요할 때 아무도 먼저 물어봐 주지 않는다면 한국어의 맥락에서는 1. 참는다2. 주변에 들어줄 만한 사람이 있을 때 "기분이 나쁜 티를 낸다"...
나에게는 오랜,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손톱 주변 피부를 뜯어내는 것, 그리고 일명 "돼지털"이라 불리는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뽑는 것. 둘 다 OCD(obsessive-compulsive disorder, 한국어 번역명 강박장애) 를 겪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며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한국어에서 "-장애" 라든가 "-증(disorder)"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와 거부감. 그에 대한 사회의 인식... 등은 제쳐놓고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영어에서도 반가운 글자들은 아니다. 한국어로 "손끝을 뜯는다" 혹은 "손 뜯기"를 검색해보려고 하면 "손 뜯는 버릇 고치기"가 자동완성된다.(구글 기준, 네이버로 검색하면 더 심란한 결과들이 뜬다. 그러나 언어를 달리해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