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항상 화가 나 있어?" 낯설지 않은 질문이다. 캘리포니아가 고향인 친구 한 명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오면서 들떴던 마음이 도착 첫날 택시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차갑게 가라앉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만 흘끗흘끗 시선을 피해서만 서로를 바라보고, 말을 걸지 않고, 웃지도 않고, 아저씨들은 소리를 지른다고.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특히 사람을 대면할 때는 항상 정신적인 가드를 올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서 누가 시비를 걸어올지 모르고, "만만하게" 볼지 모르고, 나를 "무시할지" 모른다는 옅은 공포가 안개처럼 모두를 휘감은 곳에서 살아가는 것.K-rage라는 말이 있다. 한국인들 특유의 불같은 울화와 빠르게 고조되는 공격성을 ..
커리큘럼 9월 4일 화요일 긴 문장 읽기 준비운동독해 자료 : The Guardian "Behemoth, bully, the thief: how the English language is taking over the planet" https://www.theguardian.com/news/2018/jul/27/english-language-global-dominance액티비티: 1. 외신에서 목차 읽고 내가 좋아할만한 기사 찾아내기 2. 어느 정도 길이의, 어떤 난이도의 어휘를 포함한 기사가 나에게 적절할지 파악하기개요: 가디언지의 최근 기사인 "영어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가"를 함께 읽으며 긴 영문 읽기의 호흡을 찾아가는 첫 수업입니다. 9월 5일 수요일 픽션 읽기독해 자료: The New Y..
중학생일 때 충북 음성의 한 복지단체로 단체봉사활동을 갔었다. 60점 가량의 봉사점수를 의무적으로 채워야 내신점수에 손해가 없었기 때문에 나와 또래 친구들은 방학이 되면 봉사점수를 인정해 주는 곳을 찾아 닥치는 대로 공공기관을 전전하곤 했다. 두 시간, 세 시간, 한 시간 반씩 애걸하며 봉사시간을 채워넣다가 2박 3일의 합숙이 끝나면 30시간, 즉 중학교 3년 내내 채워야 하는 봉사시간의 절반을 한 번에 인정해주는 대형 복지단체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구원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리는 기숙사에 묵었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채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이 얼어버렸다고 비명을 지르며 한겨울 산비탈을 뛰어내려가곤 했다. 봉사점수 때문에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중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
나는 숫자에 매우 약하다. 새로 이사한 집 주소를 외우는 데 한 달은 족히 걸렸는데도 아직도 행정구역 다음의 숫자를 불러줄 때가 되면 스스로가 못 미더워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 앱에 입력해둔 주소를 자꾸 확인한다. 방향감각도 엉망이다.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길을 찾기 때문에 공원이나 스타벅스가 없어지면 큰일이다. 거의 평생을 살았던 동네인 합정역 전철역사 안에서 마음먹은 대로 출구를 골라서 찾아 나오게 된 것은 대학교에 가서였다. 여태 생존해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기본적인 감각을 결핍한 나이지만, 이를 보상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살 자리인지 못 살 자리인지를 언어로 알아보는 능력이다. 나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 혹은 내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살피고 혹시 모를 오해와 소통 오..
어릴 적 학원에 다녀와 숙제까지 마치고 운이 좋으면 거실에서 TV 보는 엄마 아빠 틈에 슬며시 끼어들어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그 중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하나가 배우 김희선이 극중 남자친구와 말싸움을 하다 뺨을 맞는 장면이었는데, 갑작스런 폭력에 놀란 그가 "너무 아파 민기야, 너무 아파."라며 주저앉아 울자 뺨을 때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대던 남자친구가 할 수 없다는 듯 안아 달래는 내용이었다. 윤기나는 검은 긴머리를 머리띠로 곱게 쓸어넘기고 천사같은 원피스를 입은 예쁜 배우가 난데없이 뺨을 맞는 것 때문이었는지 여자친구에게 충격적인 폭력을 행사해 놓고도 씩씩거리던 남자 때문이었는지 여자의 뺨을 때리는 행위가 싸움의 클라이맥스를 표현하는 한 도구로 묘사된 것 같은 연출 때문이었는지 아주 옛날 ..
한국에서 나서 자라면서 집에서, 학교에서, 혹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말을 예쁘게 하라는 요구를 종종 들어왔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언짢아지지만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말을 예쁘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어는 말을 어떻게 맺느냐가 중요한 언어이므로 "-해 주세요."를 "해주실 수 있어요?" 정도로 바꾸라는 얘기일까? 즉 좀 더 정중한 표현을 써 달라는 것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보기에 예쁘도록 무표정보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라는 것일까? 예쁜 것은 시각에 달린 일인데 언어신호를 어떻게 예쁘게 보낸다는 걸까? 말을 예쁘게 하라는 요구는 주로 직위가 낮은 사람, 여성, 어린이,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직종을 향한다. 국회의원, 대학교수, 혹은 중년 ..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길에서 떡볶이를 사먹던 젊은 남성 둘이 있었다.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년의 한 남성이 그들에게 다가가 "나도 하나 먹자"며 허락 없이 음식을 집어먹으려 했고, 이에 아예 떡볶이 한 접시를 주문해 주려고 하자 "내가 거지냐"며 별안간 폭력을 휘둘렀다는 얘기였다. 자기 음식을 원하는 낯선 사람에게 떡볶이 한 접시를 사 주려고 했던 이들의 선의가 어이없는 방식으로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을 처음 전해 듣고 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왜 달라고 하는 것을 주었더니 화를 내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떡볶이를 한두점 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아예 한 접시 시켜주는 행위가 마치 부랑자 취급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진술했다는 데에서 나는 그의 머릿속..
나는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 마음에 든 영화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다큐멘터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진지하고 어두운 영화들로, 그 이야기들이 하나의 통일된, 정돈된 감정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나를 질문하게 하는 점을 좋아한다. "호텔 르완다"가 그런 영화였다. 얼마 전에 그 영화에 대한 세부 사항이 기억이 나지 않아 검색하다가 그 영화를 "감동실화"라고 소개하는 블로그를 보았다.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감동실화"? 호텔 르완다(Hotel Rwanda)는 벨기에가 아프리카의 소국 르완다를 점령해서 분할통치하다가 부족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내전으로 치닫는 것을 모르는 척 떠나버린 데부터 시작되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1994년 4월에 시작되어 약..
1st week시제 part 1- 시제는 영어의 맥락을 얼마나 바꿀까? 현재완료와 진행형을 중심으로 여러 시제 살펴보기 2nd week시제 part 2 & 수동태- 영어는 시간과 책임의 언어, 둘 다 명시하지 않고는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시제와 수동태를 합쳤을 때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보기 3rd week동작 동사(phrasal verbs)- 언어를 시각화하기 4th week스몰톡(small talk)- 나에 대해 어떤 얘기를 얼만큼 하고 언제 어떻게 끝내야 할까- 상대방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5th week영어 이력서 쓰기(동사와 형용사)- 내가 어떤 직무를 얼마나 잘 하는 사람인지 확실히 알기 6th week5형식 part 1- 영어다운 문장 구사하기, 1형식과 2형식 연습 7th week5형식..
"탈조(선)"가 유행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조선, 즉 한반도를 탈출해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뜻인데 단순히 "지금 여기가 아닌 아무데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과도 다른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제 진지하게 여기 아닌 다른 땅에서의 삶을 계획하는 것 같다.탈조하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직업이다. 또다른 중요한 요소인 언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낯선 곳에서 소속감을 주고 상호작용할 친구를 만들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기에 그렇다. 일자리를 구하려면 나를 소개해야 한다. 일하는 나를 소개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이력서를 쓰는 것이다.그런데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영어 이력서를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다.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